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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RROR

이끼가 자라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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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철없고, 시끄럽고, 툭하면 울고...

보통의 사람들은 그런 것 마저 귀엽다며 좋아하겠지만,

나에게는 짜증 나는 광경일 뿐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아이들을 싫어하는 내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이다.

말 그대로 이래저래 먹고살려다 보니 우연히 초등학교 교사를 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상대하는 것이 싫긴 하지만, 그냥 일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견딜만 하다.

물론 열의는 없기에, 아이들에게는 교사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만을 이행할 뿐이다.

 

미술 시간. 가족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었다.

수업 시간 대부분 아이들이 각자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다른 수업보다는 훨씬 편한 과목이다.

계속 앉아만 있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기본적인 교사로서의 의무는 이행해야 한다.

아이들 사이로 걸어 다니면서 아이들이 그리고 있는 것을 둘러본다.

집 앞에 가족들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 가족과 소풍을 가는 모습, 밥을 먹는 모습...

비슷 비슷한 그림들을 대강 둘러보며 교실 뒤쪽으로 걸어가다가 눈에 띄는 그림을 발견했다.

방 한가운데에 엄마가 누워있고 그 옆에 아빠가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그림 분위기를 봐선 병 간호를 하는 것 같았다.

그림을 그리고 있던 아이 지호는 엄마와 아빠를 다 그리자,

녹색 크레용을 꺼내어 잠시 들여다보았다.

'초록색' 이라고 쓰여있는 걸 확인한 지호는 엄마가 누워있는 바닥을 열심히 칠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교사로서의 의무를 이행하기로 했다.

"지호는 어떤 걸 그리고 있어?"

내 말에 지호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엄마가 아파서 아빠가 슬퍼해요."

역시 병 간호를 하는 모습이었나 보다.

"엄마가 아프셨구나? 초록색 침대에 누워 계신 거구나?"

바닥에 넓게 칠해진 초록색을 가리키며 내가 이야기했다.

"아니요. 이건 이끼에요."

분명 집안 같은데 이끼라니.... 호기심이 일었다.

"잔디 말이구나? 지호네 집안에 잔디가 있어?"

내 말에 지호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이끼에요 엄마가 아프면 이끼가 막 자라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궁금증에 조금 더 자세히 물어봤지만 나오는 대답이라고는,

"어떤 때는 벽에 생기고, 창문이나 책상에도 생겨요."

"저번에는 이끼가 아주 아주 많았어요. 엄마가 그 위에 누워있었어요."

등이었다.

몇 번을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아이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거짓말인 것 같다.

흥미를 잃고 지호를 적당히 칭찬해 준 뒤 자리로 돌아왔다.

이번 수업에서의 의무는 다 한 것 같으니 남은 시간은 편히 좀 쉬어야겠다.

그날의 수업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게 앞에서 아주머니 몇 분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냥 지나쳐가려 했지만 우연히 들린 말에 난 걸음을 멈추었다.

“그 얘기 들었어요? 지호네 엄마 며칠째 집에 안 들어온대요.”

“아이고 지호네 아빠.. 술만 먹으면 그렇게 손찌검을 한다던데... 도망간 거 아니에요?”

“아무리 그래도 지호 그 어린 걸 버려두고 도망가다니.. 지호 엄마 그렇게 안 봤는데”

지호의 집 이야기였다.

관심이 없기도 했고 특별한 연락도 없어 몰랐는데

가정사가 그리 행복하진 않았던 모양이다.

작게 한숨을 쉬며 가정 방문이라도 해야 하나 생각하던 그때.

급작스레 떠오른 것이 있었다.

의무감 때문에 훑어보던 아이들의 기록 속에서 지호는 특이한 부분이 하나 있었다.

‘적록색맹’

지호는 붉은색과 녹색을 구분하지 못한다.

오늘 지호가 그렸던 그림은 상상이나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지호가 초록색 이끼라고 생각했던 것은

말라붙어 굳어진 붉은 피였을 것이다.

아무래도 의무를 저버리고 가정 방문은 없었던 일로 해야 할 것 같다.

출처: 공포카페 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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