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ror

방해물

a u t u m n 2022. 2. 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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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끼익...

​마루가 삐걱거리는 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캄캄한 방 안, 째깍 째깍 시계 바늘 소리가 들린다.

끼익...

​또 들렸다. 그 소리는 아무래도 방밖에 있는 복도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문을 바라보니.

"...어라?"

자기 전에 닫아두었을 문이 몇 센티 정도 열려 있다.

"이상하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천천히 문쪽으로 향했다.

문을 닫으려고 손잡이에 손을 댄 그때

끼익...

똑똑히 들린 그 소리에 나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다.

잡은 문 손잡이에서 슬며시 손을 떼고 문 틈으로 조용히 복도를 엿보았다.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이어지는 어두운 복도.

거기에 무언가가 서 있었다.

그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이니 끼익 바닥이 울린다.

이때 나는 아직 냉정했다.

가족이 화장실 가기 위해 1층으로 가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내가 이 소리로 눈을 뜬 지 약 2분.

아직 2층 복도를 걷고 있다니 너무나도 늦다.

그냥 걸어가면 10초도 채 안 되어서 계단까지 도착할 것이다.

게다가 복도 불도 켜지 않은 채 이 어둠 속을 걸어가는 것에 위화감이 들었다.

점점 어둠에 눈이 익어간다.

끼익...

다음에 들리는 소리랑 함께 내 눈에 그 모습이 들어왔다.

"힉..."

머리의 방향이 이상했다.

마치 단숨에 옆으로 꺾은 것처럼 머리는 옆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양 팔은 마치 팔꿈치 부분을 실로 묶어 천장에 매단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들어 올리고 있고 다리는 무릎이 뒤틀린 것처럼 안쪽을 향하고 있다.

마치 망가진 마리오네트 같은 자세다.

그건 가족이 아니었다. 인간의 관절이 그렇게 유연할 리가 없다.

끼익...

그게 또 한 걸음 내딛자, 마루가 아니라 다리 뼈가 둔탁한 소리를 내었다.

너무나도 무서워서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저 부들부들 떨면서 그것이 계단을 천천히 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시계는 오전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진짜야!"

아침을 먹을 때 나는 얼른 가족에게 어젯밤에 보았던 걸 말했다.

"아침부터 그런 얘기 진짜 필요 없다니까."

"악몽을 꾼 거겠지. 음."

언니도 아버지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다.

"엄마..."

​"아무 일도 없었잖아? 그럼 됐잖니."

내 이야기를 전혀 믿어주지 않는다는 게 뻔히 보이는 대답이었다.

시큰둥한 가족들의 반응에 나 자신도 꿈을 꾼 건가 싶었다.

그 날 저녁.

"다녀왔습니다."

현관을 열고 신발을 벗었다.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아무도 없어?"

아무래도 가족은 모두 어딘가 나간 것 같았다. 드문 일도 아니기에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거실 텔레비전을 켜고 소파에 걸터 앉으려던 그때.

끼익...

뒤에 있는 복도에서 그 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니 복도 너머에 있는 계단을 그것이 올라가는 게 보였다.

어젯밤에 본 건 꿈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

또 나는 움직이지 못한 채 그 녀석이 끼익끼익 2층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다녀왔어."

마침 그때 언니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순식간에 굳었던 몸이 풀리고 그대로 거실로 들어온 언니에게 울며 안겼다.

"그 녀석이...어젯밤에 본 그게 지금 2층으로 올라가서..."

"정말~ 또 그 소리? 너무 무서운 걸 많이 봐서 그래. 겁쟁이 주제에."

귀찮은 듯이 나를 뿌리치고 언니는 냉장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오. 푸딩 발견!"

"저기 언니..."

"응?"

"이 집에서...사람이 죽은 건 아니지?"

"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진지하게 물어보는 거야! 농담하는 거 아니라구."

"....진짜로?"

언니는 푸딩을 한 손에 들고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날 밤도 또 그 삐걱이는 소리에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오전 2시. 문득 문을 바라보니 또 열려 있다. 이걸로 알았다.

분명 지금 복도에 있는 그것은 문을 열고 나를 복도에서 보고 있던 것이다.

어젯밤에도.

지금도.

밤중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문까지 달려가서 이번에는 복도를 보지 않도록 고개를 숙인 채 문을 닫았다.

​식은땀이 멈추지 않았다.

그 이후.

그것은, 심야 2시에 2층에서 1층으로, 저녁에는 1층에서 2층으로 가는 걸 반복했다.

​나는 그때마다 밤중에 눈을 떴다. 어김없이 문은 열려 있다.

그렇게 3일이 지나자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가족은 믿기는커녕 오히려 내가 제정신인지 걱정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조만간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런 불안이 들었다.

 

"있지, 아빠."

"음? 왜 그러니."

"아빠가 옛날에 썼던 비디오 카메라 아직 집에 있어?"

"비디오 카메라? 음...오랫동안 안 썼을 테니 아마 벽장에 있을 걸? 근데 그건 왜 찾니?"

"학교 숙제 때문에. 자유 연구는 아니지만 비슷한 거."

​내가 생각해도 서툰 거짓말이었지만

의외로 아버지는 순순히 벽장에서 비디오 카메라를 꺼내주셨다.

"있다, 있어. 자."​

"이거 어두운 곳에서도 찍혀?"

"음? 아, 괜찮을 거야. 꽤 비싼 거니."

​"그렇구나. 고마워. 내일 돌려줄게."

"응."

가족들에게 증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나는 이 비디오 카메라로 그 배회자의 모습을 찍기로 마음먹었다.

그 날 밤.

나 혼자서 그 비디오 카메라를 조작하고 있었다.

버튼을 누르고 불을 끈 뒤에 카메라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카메라 너머로 방 전체가 녹색으로 비치고 있었다.

나는 방을 빙 둘러 찍은 후

한 번 더 제대로 보이는 걸 확인한 후에 불을 켜고 조용히 카메라를 복도에 두었다.

복도에 달라붙어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화면에는 복도랑 그 안쪽에 있는 내 방문이 찍히고 있었다.

이걸로 그것이 내 방을 엿보고 있든지, 복도를 걷고 있든지 제대로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방으로 돌아가서 시계를 보니 시각은 1시 30분.

그게 나올 때까지 약 30분 정도 남았다.

긴장되긴 했으나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침착했다.

"후우."

나는 숨을 토한 후 불을 끄고 침대로 들어갔다.

"아, 진짜."

침대에 들어간 지 15분, 나는 참지 못하고 일어났다.

카메라가 신경 쓰여서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5분 정도 천장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

어둠 속에 눈이 점점 익어간다.

​무슨 생각이 든 건지 나는 의자를 문 앞에 놓은 뒤 조용히 문을 열고 의자에 앉았다.

이거라면 복도가 훤히 보일 것이다.

지금은 오전 1시 50분. 앞으로 10분만 더 지나면...

나는 불안을 떨치기 위해서 한 손으로 부적 대신 폰을 꼭 잡고 어둠 속에서 복도를 노려보았다.

몇 분이나 그렇게 보고 있었을까.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 폰을 켰다.

오전 2시 20분. 벌써 30분이나 지났다.

2시가 지났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에 놀랐다.

하필이면 오늘...

​졸려서 점점 의식이 흐려진다. 드디어 나는 그대로 눈을 감고 말았다.

감은 눈 사이로 들어오는 빛에 의자에 앉아 있던 나는 눈을 떴다.

허리랑 목이 아프다. 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7시 30분. 완전히 지각했다.

"왜 안 깨워준 거야!"

나는 그렇게 소리치면서 채비를 마치고 식사도 거른 채 집을 뛰쳐나왔다.

그 날은 카메라가 신경 쓰여서 수업 내용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자 나는 얼른 집으로 돌아갔다.

"다녀왔습니다!"

늘 그렇듯이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거실로 향했다.

"어서 와."

소파에는 웬일인지 먼저 돌아온 언니가 앉아 있었다.

"어라, 웬일이야."

"너 여기 좀 앉아 봐."

평소랑 달리 진지한 언니의 얼굴에 나는 의아해 하면서 옆에 앉았다.

"왜?"

"전에 네가 물어봤던 거 있잖아."

"뭘?"

"이 집에서 사람이 죽었냐고."

"응...그게 왜?"

"죽었대."

"...어?"

"그때부터 계속 네 말이 마음에 걸려서 조사했어.

아니, 그냥 컴퓨터로 집 주소 검색한 것 뿐이지만. 그랬더니...이거."

그렇게 말하더니 언니는 인쇄한 종이 한 장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묘한 긴장감을 느끼면서 그걸 읽었다.

"말도 안 돼..."

거기에는 낡은 신문 기사랑 흑백 사진이 있었다.

[실종된 여성 시체로 발견]

모 월 모 일 3일 이상 연락이 되지 않아 근무처 동료의 신고로

아무개 씨의 수색이 개시되고 이틀이 경과한 어제,

아무개 씨랑 그 남편의 자택에서 아무개 씨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와 동시에 아무개 씨의 남편인 모 피고(37)가 아무개 씨의 살해를 자백, 체포 당했다.

모 피고는

"말다툼을 하다가 무심코 저질렀다. 그 후 자신도 죽으려고 했지만 하지 못했다."

라고 진술했으며 계속해서 사정 청취가 이루어지고 있다.

피해자 아무개 씨는 목뼈가 부러진 게 직접적인 사인으로 보이나

죽은 후에도 사지의 복합 골절로 상당히 잔인한...

​나는 중간에 읽다가 포기했다.

"이 사진 우리 집이지...?"

언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침묵 후 언니가 입을 열었다.

"너 밤중에 이상한 거 보인다고 했지."

"응."

​"그거 혹시 정말이라면 역시 이 여자잖아."

"응."

"지박령...이라는 거지?"

​"죽은 곳에서 떠나지 못하는 귀신이지. 응."

"너 일단 방 옮기는 게 낫겠다."

​"....왜?"

"너 끝까지 안 읽었어? 그 여자 발견된 거 네 방 벽장이야."

​머리털이 곤두섰다. 언니가 계속 말했다.

"1층에서 죽인 후에 2층 네 방에 숨겼대. 네가 말했잖아.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와서 또 2층으로 올라간다고.

그거 자기가 죽은 곳과 숨겨진 곳을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거야."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늘 눈을 뜨면 열려 있는 문.

그건 밖에서 엿보는 게 아니라 매일 밤 내 방에서 복도를 나갔던 것이다.

"아..."

문득 카메라를 떠올려서 2층으로 달려갔다.

방에 있던 카메라를 들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이게 뭐니..."

언니의 말을 무시하고 나는 재생 버튼을 눌렀다.

어두운 복도가 이어지고 그 안에 내 방문이 보인다. 빨리 감기를 누르니 잠시 후 문이 열렸다.

무심코 움찔 했지만 그건 어제 기다리다 지쳐 문 앞에 대기하던 자신이라는 걸 깨닫고 안도했다.

다시 빨리 감기를 눌렀다.

"....!"

빨리감기를 중지하고 화면을 주목했다.

핏기가 싹 가시는 걸 느꼈다.

"왜? 뭔데?"

언니가 참다 못해 나한테서 카메라를 빼앗았다.

"....너. 이게 뭐야?"

화면에 나오는 복도, 내 방 입구에 앉은 나.

────그 뒤에 그것이 서 있었다.

계속 복도를 두리번거리는 내 뒤에서 목이 꺾인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나는 보았다. 처음에 내가 문을 열고 의자에 앉아 복도를 감시하고 있다.

잠시 후 내 뒤에서 벽장이 천천히 열린다.

그 깜깜한 벽장 속에서 그것이 나온다.

이상한 방향으로 꺾인 다리로 땅을 밟고, 뒤틀린 팔로 벽을 잡고 천천히 일어나더니

망가진 인형처럼 천천히 내 뒤까지 온다. 거기서 멈췄다.

화면 속 나는 점점 꾸벅거리기 시작한다. 그대로 나는 잠에 빠졌다.

그건 계속 서 있었다.

하얗게 빛나는 그 눈은 자는 내가 아니라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카메라 속 내 방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동시에 그건 천천히 뒤돌아서 벽장으로 돌아가더니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언니랑 나는 그저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방해된 거야."

"....어?"

​"그러니까 네가 어제 거기에 앉아서 길을 막고 있었기에

그 여자가 못 지나간 거라구. 방해물인 거지"

"..."

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qordb6712&logNo=221883106015&proxyReferer=https:%2F%2Fm.blog.naver.com%2Fqordb6712%2F222172777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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